일리 커피머신을 처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해서 집안에 공간이 조금 늘어났다. 당초에는 더 좁은 집으로 이사 갈 예정이라 물건을 많이 처분했는데, 운 좋게도 더 저렴하고 넓은 집을 구하게 되어서 상대적으로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일리를 처분한 뒤에는 집에 있던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매번 뜨거운 물을 데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1분이 아쉬운 평일 아침에는 커피 만들기를 포기하고 출근 후에 카페에서 음료를 사는 일이 잦아졌다.
넓어진 공간과 출근준비시간 절약이라는 이유가 맞아떨어져서 당근마켓에서 캡슐커피 머신을 찾기 시작했다.
선택 1. 캡슐커피 vs 원두커피
즐겨보는 닥신 TV에서 여러 차례 필립스 EP1200 전자동 커피머신에 대한 찬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캡슐이 아닌 전자동 원두커피머신을 찾아보았다. 머신은 30만 원대로 조금 비싸지만, 당근으로 20만 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캡슐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1잔당 커피가격은 더 저렴하다.
그러나 원두를 빨리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구매 후 처음에야 자주 마시겠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커피를 내리는 주기가 길어져서 원두를 폐기해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는 걱정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머신도 너무 크다. 아무리 공간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룸의 작은 주방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제품이 좋다.
선택 2. 일리 vs 네스프레소
처음 사용했던 커피머신이 일리 y3.3이었고, 커피맛에는 매우 만족했었다. 다만, 쓰레기 처리가 문제였는데 일리는 여전히 캡슐을 수거하고 있지 않다. 그 자체만으로 일리 커피머신을 다시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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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3.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vs. 버츄오
여러 가지로 오리지널의 장점이 크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버츄오를 선택했다. "예뻐서", 이게 큰 패착이었다.
오리지널처럼 다양한 캡슐을 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가격도 더 비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크레마, 나는 크레마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일리처럼 깔끔하게 추출됐으면 좋을 텐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는 내 입장에서 크레마는 음용에 방해만 되는 존재였다. 커피도 아닌 게 높게 쌓여서 텀블러에서 넘쳐흐른다.
특히 멋모르고 230ml의 머그 캡슐을 구매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커피가 230ml나 추출되니, 아침에 "얼음을 미리 넣어둔 텀블러에 추출버튼만 누르면 찬물을 부을 것도 없이 바로 가져가면 되겠다!"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현실은 230ml나 되는 뜨거운 커피에 얼음은 모두 녹아내렸고, 그 위로 크레마가 쌓여서 찬물을 더 붓기도 어려웠다. 버츄오로 아아를 즐기시려면 80ml의 더블 에스프레소가 적합할 것 같다.
보통 캡슐커피로 아아를 만들 때 단점이 커피맛이 너무 연하다는 점인데, 그렇다고 캡슐을 하나 더 추출하면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 80ml의 버츄오 더블에스프레소 캡슐은 오리지널의 에스프레소 40ml보다 두 배나 진하니 이 부분에서는 장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캡슐커피 - 네스프레소 - 버츄오 - 버츄오 넥스트 커피머신을 사용 중이다. 당근마켓에서 워낙 저렴한 가격에 업어왔기 때문에 아직은 후회가 크지 않다. 좀 더 이 머신을 즐겨본 뒤 머신에 대한 후기도 남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