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캘린더에 일정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항상 효율적인 일정관리 앱을 찾아 사용해 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쁘다는 이유로, 아니면 의지가 꺾여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한 페이지씩 날짜가 적혀있는 다이어리를 사용하면 중간에 기록이 멈췄을 때 빈 페이지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된다. 그러다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기록 자체를 그만둔 경험이 있다. 디지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굿노트나 노션에 일정관리를 위한 페이지를 열심히 만들고도, 한동안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간의 여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기록 자체를 중단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항상 모든 걸 삭제하고 다시 처음부터 깔끔하게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곤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생산성 시스템은 최대한 간소하고 멋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중단했다가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멋이 없어야 좋다. 1월에 쓰던 기록을 5월에 이어나가도 위화감 없어야 한다.
지금 나는 노션과 아이폰의 미리 알림을 이용해 멋이 없게 생산성을 관리하고 있다.
1. 노션에 매일 한 페이지씩 할 일을 적는다.
상단에 날짜와 요일을 쓰고, 바로 체크박스를 만들어서 할 일만 쭉 나열한다. 유튜브에는 노션 페이지를 멋지고 예쁘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다.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자에 색을 입히고, 데일리/위클리/먼슬리 플랜 페이지를 만들어서 페이지와 페이지를 멋지게 연결하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적은 에너지로 목적에 충실하게"가 핵심이다.
2. 나중에 해야 할 일은 미리 알림에 적어둔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을 마주한 경우, 당장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해야 할 일들은 미리 알림에 적어둔다. 꼭 미리 알림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앱스토어에는 할 일 관련 앱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todo나 todoist는 미리 알림의 훌륭한 대안이다.
아이폰에 위젯 형태로 미리알림 페이지를 만들어 두고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바로 적어둔다.
예를 들어 우연히 알게 된 책을 언젠가 보고 싶다면,
[인생의 역사 - 책 찾아보기]
라고 한 줄 기록해 둔다.
이렇게 미리 알림에 적어둔 일들은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면 노션에 매일 할 일 페이지에 옮겨 적는다.
정리하면 미리 알림에 떠오르는 해야 할 일들과 기한이 정해진 일들을 적어주고, 매일 노션에 Todo 페이지를 만들어서 루틴으로 하는 일과 미리 알림에 적힌 내용 중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옮겨 적어준다.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없는 날은 전날에 만들어둔 페이지를 복제해서 일부만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매우 간단하고 멋이 없어서, 며칠쯤 빼먹어도 별로 티 나지 않게 지속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큰 고민 없이 미리 알림에 박아두기(?) 때문에 스쳐 지나갔던 생각도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생산성 시스템은 나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시스템 자체를 꾸미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