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0.5평 좁은 집으로 이사가도 괜찮아 - 전세에서 월세로

누쿠장 2023. 1. 25. 12:24
1평 넓은 곳에 살자고, 하마터면 월 10시간 더 일할뻔했다.

 

2021년, 서울에 거쳐를 마련하고 독립했다. 전용면적 5.33평, 신축 오피스텔의 전세 보증금은 1.9억 원이었다.

 

어느새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내 방의 보증금은 2.3억까지 올랐다. 철길에 바짝 붙어서 소음에 잠들기도 어려운 이런 원룸 오피스텔의 보증금을 20%나 올리다니. 애초에도 나갈 마음이었지만, 가격을 살펴보고 확신이 들었다.

 


 

전세에서 월세로

1.

2년간 거액의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끼고 살다 보니 뭔지 모를 부담감이 들었다. 전세보증금은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니 대출금과 상계 처리하고 이자가 월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통장에 -2억에 가까운 돈이 계속 찍혀있으니 돈 모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10만 원쯤은 모으나 쓰나 그게 그거인 느낌?

 

특히 연말정산 혜택을 위해 적금 대신 전세자금대출을 매월 상환하고 있어서 그런 기분이 더 많이 들었다. 매월 적금하거나, 매월 주식을 조금씩 사면서 자산을 늘려나가는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2.

금리 인상의 여파도 컸다. 2%로 실행한 나의 대출은 어느덧 4%대까지 올라왔고, 신규 대출을 취급할 경우 5~6%대 금리를 예상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대출이자와 월세의 차이가 매우 줄어든다. 우리 동네 부동산 시장은 보증금 1,000만 원 당 월세 4만 원 정도가 늘거나 줄었으니 대출 이자와 얼추 비슷했다.

 

 

5.33평에서 4.88평으로?

월세도 만만치 않았다. 당초 나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60만 원을 기준으로 집을 검색했다. 그러나 월세를 70~80만원까지 올려야 지금 살고 있는 방과 비슷하거나 큰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눈을 조금 낮추면 내 기준에 맞는 방들이 보였다. 1천에 60만원을 유지하려면 방 크기가 조금 작아져야 했다. 약 0.5평 정도?

 

지금도 작은 방에 산다고 생각하는데, 방 크기를 줄이는 게 말이 되나? 차라리 월 20만 원 월세 더 내고, 쾌적한 환경에서 서브 블로그라도 만들어서 부수입을 만들자는 실천 하지도 못할 유혹이 따라왔다.

 

그때, 문득 거실도 없는 원룸에 턱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실장이 보였다. 무인양품 감성에 빠져서 구매한 무인양품 st 거실장이다. 예쁘지만 실용성이 떨어져서 수납 기능은 부족했다. 그래도 우리 집에 감성을 더해주는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서랍장 안 내용물을 전부 꺼내봤다. 많은 양의 물건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이어서 다른 서랍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판매가 불가능해 소정 했던 책을 모두 버렸다. 올 겨울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옷들을 버렸다. 그랬더니 서랍장 한 칸이 비었다. 꺼낸 물건을 추려서 그 서랍장에 정리하니 거실장은 텅 비게 되었다.

 

감성 거실장

 

이제 판매냐 나눔이냐의 문제다. 전에도 거실장을 판매하려고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평소에는 전자제품을 많이 올려서 몰랐는데, 가구를 올리니 거래의 형태가 좀 깔끔하지 않았다. 시세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내고 요청이 너무 많이 왔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용달비까지 부담해야 하니 더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결국 처분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과감히 나눔을 올렸다. 5분 만에 연락이 왔다. 시간을 맞추고 용달차가 와서 거실장을 실어갔다. 거침없이 깔끔했다.

 

거실장의 크기는 가로 137cm X 세로 44cm이니, 내 방의 0.18평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과 0.18평을 차지하고 있던 물건이 사라졌을 뿐인데 공간이 매우 넓어졌다.

 

아직도 내 방에는 불필요하게 내 임대료를 갉아먹고 있는 물건들이 있다.

 

- 예쁘지만 비효율적인 원형 테이블,

- 혹시 손님이 올까 봐 마련해 둔 의자,

- 접히지 않는 퀸사이즈 매트리스,

- 유튜브 촬영에 유용할 것 같아서 미리 구매해 둔 스마트폰 스탠드 거치대

 

이 중 일부만 정리하면 충분히 0.3평의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거실장을 버려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1평의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월 10~20만 원의 월세를 각오할 뻔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내 임금을 생각하면 월 10시간을 더 일할 뻔한 것이다. 월 10시간이면 책을 2권은 볼 수 있고, 2년이면 24권을 볼 시간이다. 매월 유튜브 영상을 하나씩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을 물건 보관료로 지출할 뻔했다.

 

미니멀라이프는 나의 자원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짠내 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내가 10평 오피스텔에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의 자원을 불필요한 물건의 보관료로 배분하는 것은 명백한 낭비다. 그러니 혹시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내 주변을 살펴보자. 혹시 내가 아닌 물건을 위해 지불하고 있는 임대료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