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실천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각 잡고 해야 하는 일은 습관이 될 수 없다.
유튜브 보기 전에 매번 아이패드를 꺼내야 하고, 거치대가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하며, 내용을 정리해서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 여가시간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독서하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독서의 허들을 낮춰야 하고, 힘주지 않는 전자책 독서법은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수단이다.
1. 전자책의 장점과 단점 :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금방 사라진다.
전자책의 장점은 각을 잡고 독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짧은 시간 동안 독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읽을 수도 있고, 리디페이퍼 같은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 윈도우 창을 숨겨두고 책을 읽는 후배를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볍게 읽은 내용은 그만큼 빨리 휘발된다. 책을 읽은 뒤 며칠만 지나도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1년이 지나면 책을 봤다는 기억만 있고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짧은 시간 한 번만 마주친 문장을, 고작 며칠 동안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하길 바라는 건 애초에 잘못된 바람이다. 물론 독서 후 내용이 쉽게 휘발되는 것은 전자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자책이 더 크게 가지고 있는 문제이긴 하다.
2. 오래 기억에 남는 전자책 독서법
a. 가볍게 읽는다 : 전자책단말기 또는 스마트폰
기본적인 독서는 리디페이퍼 또는 스마트폰으로 부담 없이 읽는다. 꾹꾹 눌러 읽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유튜브 보듯이 편안하게 읽는다. 다만, 이때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반드시 밑줄을 친다. 가볍게 읽되, 밑줄을 치는 것이 핵심이다. 리디페이퍼를 리뷰하며 하이라이트 기능에 집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3.01.06 - [소비] - 리디페이퍼 4세대 - 완벽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전자책 독서수단
b. 스킵하며 정리한다 : 노트북 또는 아이패드
주말 아침이면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단출하게 들고 카페에 간다. 주렁주렁 물건을 들지 않고, 가볍게 나가면 기분이 너무 좋다.
리디북스를 켜고, 화면 오른편에는 책을 오른편 상단에는 독서노트를 켠다. 오른편 하단에는 목차를 켜놓는다. 이전에 읽었던 부분부터 부분 부분 책을 재독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스킵하며 보는 느낌?
하이라이트 해놓은 부분 위주로 다시 읽는다. 하이라이트 해놓은 부분에 적극적으로 메모를 추가한다. 이렇게 메모를 추가하면 혼자 독서하는 기분이 아니다. 내가 나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책을 보게 된다.
"아 그때, 내가 이런 생각으로 밑줄을 쳤었지."
이 단계에서 책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별도의 기록을 만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정리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옆에 노트나 아이패드를 두고 책의 내용을 필사하기도 해봤고, 노션을 켜두고 화면을 반 나눠서 메모하며 독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삼천포에 빠지거나 독서의 리듬감을 떨어뜨렸다. 예쁘게 꾸미고, 보기 좋게 구성하는데 갑자기 신경이 쏠려서 독서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정리할 때도 힘을 빼야 한다.
c. 가능하면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자
가능하면 블로그를 통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혼자 쓰는 독서노트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읽을 것을 가정한 블로그 글쓰기가 좋다. 내가 생각한 바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글쓰기는 혼자 끄적거리는 독서노트와는 다르다.
단순히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복붙 하고, 내 의견을 쓰는 것 이상의 서평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도록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훨씬 매력적인 글쓰기가 된다. 혼자 밑줄치고 메모한 것을 조금 더 객관화하고 구체화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블로그 글이 쌓이면 그것이 나의 재산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이니 뭐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 나는 언제 어디서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듯이 책을 읽는다. 자기 전에 누워서 리디페이퍼를 보고, 약속시간에 시간이 뜨면 아이폰으로 책을 읽는다. 그 덕분에 독서량이 급증했다. 정리는 주말에 시간을 내거나, 책을 다 읽고 해도 되고, 매일 밤에 해도 된다. 정리하는 시간도 가급적이면 1시간을 넘지 않게 한다.
책은 짬 내서 보고, 정리는 시간 날 때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몰아서 한다. 독서량이 증가하다 보니 여러 가지 꿈도 생겼다. 언젠가 북튜버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힘주지 않고 책을 읽었더니 힘을 주고 읽었을 때 보다 더 많은 것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