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본격적인 취미가 되면서 러닝화를 신기 시작했다. 가벼운 무게와 쿠션감, 훌륭한 통기성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 신발을 출근할 때도 신고 싶었다.
이전까지 나는 로퍼 두 켤레로 출근하고 있었다. 출근할 때는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처음 러닝화를 신고 출근한 날, 나만 약간 어색함을 느꼈을 뿐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주변 동료가 어제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러닝화를 출근하기 시작했다.
2021.04.13 - [미니멀라이프] - [미니멀라이프] 로퍼를 사계절 신고 다녀도 괜찮다.
러닝화를 신고 출근하면 장점이 많다.
1. 발냄새가 줄었다.
로퍼나 구두를 신고 출근하면 발에 땀이 많이 난다. 발냄새의 원인이다. 러닝화를 신고 출근하니 우수한 통기성 덕분에 발에 땀이 줄었고, 당연히 발냄새도 많이 줄었다. 이전까지 나는 여름이면 발에 풋 데오도란트를 꼭 뿌려야 할 정도로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이었다. 러닝화를 신고 출근한 올여름에는 풋 데오도란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2. 운동복만 챙겨가면 바로 뛸 수 있다.
가끔 퇴근 후에 바로 운동하고 싶은 날이 있다. 내 직장은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어서, 퇴근 후 바로 러닝 하기에는 장소가 좋지 못하다(나는 한강 러닝을 선호한다). 그래도 지난여름 퇴근 직후에 경복궁 한 바퀴를 러닝 한 날의 가벼운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3. 신발 선택의 고민이 사라진다.
현재 내가 신고 있는 러닝화는 총 3켤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리기에 조금 많을 수 있지만 데일리로 신는 흰색과 검은색 러닝화 두켤레, 본격 운동할 때 신는 러닝화 한켤레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중간에 발에 맞지 않는 러닝화를 구매하는 바람에 신발장에는 정리를 미뤄둔 몇 켤레의 러닝화가 더 있긴하다.
- 흰색 운동화 : 뉴발란스 퓨어셀2
- 검정색 운동화 : 브룩스 고스트14
- 러닝 최애 운동화 : 호카오네오네 마하5
출근길에 신는 러닝화를 흰색과 검정색 운동화로 단순화하니, 그날 옷 선택에 맞는 혹은 상황에 조금 더 어울리는 신발만을 선택하면 된다.
흰색 운동화 한 켤레로만 단순화해볼까도 했지만, 신발이 더러워졌을 경우나 갑작스러운 비에 젖었을 경우 다음날 신을 신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두 켤레의 신발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러닝화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수한 통기성 때문에 비나 눈에 너무 쉽게 젖는다. 비가 조금이라도 강하게 내리기 시작하면, 조심히 걸었는데도 빗물이 발등을 적셔온다.
그래서 내가 함께 신고 있는 것이 등산화다. 가끔 등산할 때만 신는 등산화도 이럴 때 일상의 용도로 사용한다.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 등산화를 신으면 무적이 되는 것 같다.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양말은 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다른 신발보다 안정적으로 빙판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이제 로퍼 생활을 정리하고 러닝화와 등산화 생활에 정착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용성과 멋, 그리고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가뿐한 기분까지 챙길 수 있는 러닝화 생활이 지금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