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운동화 하나를 사면,
그 운동화가 다 닳을 때까지 그 신발만 신는 게 당연했다.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면서
신발을 하나만 신으면 뭔가 창피한 기분에,
(남의 시선 때문에) 신발 여러 개 사기 시작했다.
그러나 패션센스가 부족한 내가
상황적 필요에 따라,
급박하게 신발을 구매하면,
나중에는 항상 조금 맘에들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예를 들면 워크샵을 간다고 새 운동화를 구입하는 모습...)
미니멀라이프는 이런 신발 강박증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줬다.
심플해서 나에게 잘 어울리는 신발만 소유하게 됐다.
지금은 로퍼(2개), 운동화(2개), 슬리퍼(1개) 3종류의 신발만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 로퍼다.
사무실에 가든, 야유회에 가든, 데이트를 하든
언제나 편하게 신는다.
어느 날은 눈썰미 좋은 직장동료가
"00씨는 그 신발 정말 좋아하나 봐요. 자주 신으시네요."
라고 말을 걸어왔다.
대학시절 나라면 분명 수치심을 느꼈을 지적이다.
그러나 미니멀라이프를 접한 후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덕분에
"아 네. 간편하고 어디나 잘 어울려서요."
라고 덤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자주 신는 그 신발은 '락포트 클래식 패니로퍼' 다.
2019년 4월에 검정과 브라운색 두 켤레를 구입했는데,
거의 검정만 신고 있어서, 브라운색을 구매한 것을 약간 후회 중이다.
뒷굽만 갈면서 3년째 착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매우 멀쩡하다.
(일주일이면 최소 3~4일은 신는다)
내가 로퍼를 자주 신는 이유는
단순하면서 나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발등이 보이는 로퍼는 약간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해 주고,
나름 격식 있으면서도 활동적이어 보여서 좋다.
다만,
이전까지 나는 로퍼는 주로 여름에만 신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페이크삭스를 신고 발등을 드러낸 뒤
복숭아뼈에 걸치는 슬랙스와 함께 매치하는,
그 모습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로퍼를 사계절 내내 신고 있다.
내 선입견과 달리 긴 양말과 매치해도 로퍼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도톰한 양말과 함께 신으면 의외로 발이 아주 시리지는 않았다.
의외로 종종 한 겨울 출근길에,
로퍼에 긴 양말을 매치하고 길을 나서는 여자분들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남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해서,
이거 너무 추워 보이는 건 아닐까...라고 주저주저하기도 하는데,
가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가끔 평범한 옥스퍼드화도 갖고 싶기도 하는데,
미니멀리즘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또 어울리는 걸 찾기가 고생스러워서,
지금은 그냥 락포트 로퍼 하나만 신고 있다.
(쇼핑은 그 자체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혹시 나처럼 신발을 고르는 것과
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로퍼로 선택을 단순화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 꼭 로퍼가 아니어도,
신발을 하나만 신고 다녀도 별로 문제 될 일이 없다.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빨리 닳지도 않는다.
선택에서 자유로워지니,
뭔가 물건에서 해방된 기분이 든다.
뭘 신을까 고민하지도 않고,
뭘 사야 할까 고민하지도 않는다.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것.
그것이 역시 미니멀라이프의 핵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