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꾸미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배치하는 순간, 그 공간의 기능은 한가지로 한정된다.
오늘의 집에 게시된 원룸 집들이 사진을 보다 보면 답답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집안의 일부분을 찍은 사진이나, 부분을 확대한 사진은 예뻐 보이지만 저렇게 가득한 물건이 만들어 내고 있을 생활공간이 얼마나 비좁을지 상상하게 된다.
심지어 ‘미니멀’을 검색어로 집들이를 살펴보아도, ‘정리정돈’이 잘되어있는 사진만 가득할뿐 ‘미니멀’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그저 미니멀한 디자인의 물건만 가득할 뿐이다.
공간을 꾸미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배치하는 순간, 그 공간의 기능은 한가지로 한정된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며 안락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파를 구매하지만, 소파를 들여놓는 순간 그 공간의 기능은 ‘앉기’ 하나로 제한된다. 모던센츄리 스타일의 유리선반이 예뻐 보여 시간을 투자해 당근마켓에서 비교적 저렴한 선반을 구매해 왔지만, 벽면에 선반을 배치한 후 공간의 기능은 죽어버렸다. 여러 목적을 가지고 구매한 태블릿 스탠드는 쓸때나 안쓸때나 일정한 공간을 점유해버렸다.
반면에 순간의 구매욕을 참고 공간을 비워두면, 물건이 아닌 ‘내’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한다. 요가매트를 펼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뒹굴면서 책을 보기도 한다.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한다. 무드등과 방향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캔들워머를 구매하고, 충전과 출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니터를 사용한다.
제품이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다양한 용도로 물건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상과 식탁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테이블을 사용한다. 운동용으로 나온 기능성 티를 출근룩으로도 활용한다.
좁은 원룸에서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한 핵심은 물건이 점유하는 공간을 줄이고, ‘내’가 점유하는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내가 지불하는 월세(전세)가 물건 보관 창고비로 쓰이지 않도록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