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집 안’에서만 입어야 하던 옷은 ‘편한 집 밖 옷’으로 통일했다. 그 결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주쳐도 말쑥해 보이리라는 자신이 생겼다. 다음으로는 의상의 공사 경계를 없앴다. 사적인 외출 중에도 당장 마이크를 쥘 수 있는 차림을 유지했다.
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 박건우 저
지난해부터 개인시간에 입는 옷과 출근 시에 입는 옷의 간격을 없애고 있다. 집 안과 밖에서 입는 옷을 통일한 미니멀유목민 박건우 작가 수준은 아니지만, 집 밖에서 입는 옷의 선택지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하의는 편안한 핏의 슬랙스 2~3벌과 청바지 2벌, 상의는 셔츠보다는 당장 뛰고 운동해도 무방한 기능성 티셔츠를 착용한다. 추운 날에는 그 위에 외투를 입는다.
하의만 어느 정도 갖춰주면 굳이 셔츠를 입지 않아도 훌륭한 출근룩이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평일 점심시간에도 나는 청바지와 안다르의 기능성티를 입고 있다. 바지만 갈아입으면 언제든 러닝,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가끔 더 격식 있는 차림이 필요한 날에는 옷태가 좋은 비싼 셔츠를 입는다. 셔츠는 5벌을 소지하고 있다(린넨3, 옥스포드1, 청셔츠1, 나는 한겨울에도 린넨셔츠를 입을 때가 있기 때문에 린넨셔츠가 다른 셔츠보다 많다). 전처럼 값싼 셔츠를 매일매일 바꿔 입었을 때보다 훨씬 풍성한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운동복 티셔츠만 입고 출근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도시 사람들은 역시나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오히려 러닝화와 기능성티 차림이라는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종종 나의 호카 러닝화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출근 전에 입을 옷을 고민하지만, 선택지가 적다보니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다. 어차피 이 셔츠 아니면 저 셔츠, 이 바지 아니면 저 바지인 수준이다.
옷 구매는 티셔츠의 목이 늘어나면 교체하는 정도와 가끔 마음에 드는 비싼 옷을 구입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애매한 옷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요즘 읽고 있는 베스트셀러 <원씽>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혹시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 의상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점, 그리고 내 의상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은 어차피 그다지 영양가 있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서 내 복장에 대해 한 마디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리어 뭐라고 말을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투와 태도를 버리고 본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갔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그 상태를 유지했다.
원씽 | 게리 캘러, 제이 파파산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