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 지표는 방 청소 상태이다. 우울하면 방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한다. 외출복이 책상과 의자에 대충 걸쳐져 있고, 책상에는 편의점 음식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방바닥을 걸으면 발바닥에 먼지가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싱크대에는 애매한 양의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다. 좁은 원룸은 더 좁아 보인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침대에 쓰러진다. 넷플릭스를 보아도 즐겁지 않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음식을 하기 귀찮아서, 편의점까지 가기도 힘들어서 찬장에 남아있는 라면을 꺼내서 생으로 와그작와그작 씹는다. 한 봉지를 거의 다 먹었을 때쯤 후회가 밀려온다. 면들이 뱃속에서 부풀어서 위를 다 채울 것만 같다. 아 또 내 몸을 망치고 말았다. 창 밖에 주홍빛 노을이 비치기 시작하면,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