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4박 5일 여행을 다녀왔다. 당초 계획대로 캐리어 없이 백팩만 가지고 여행을 다녀왔다.
백팩만 가지고 여행하는 것의 장점은 명확했다. 두 손이 자유로워서 물건 때문에 허둥대는 일이 없었다. 공항에서도 한 손에는 휴대폰 다른 한 손에는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었다. 기내에서도 백팩 하나만 선반에 넣어놨기 때문에 타고 내릴 때 무척 여유로웠다. 여행지에서도 두 손과 두 발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이동의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솔직히 캐리어가 그리워진 순간들이 있었다. 여름옷만 가지고 다녀오면 되는 곳이기 때문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가방이 너무 무거워졌다. 가방 자체가 1.6kg으로 무거웠다는 점도 한몫했고, 여러 가지 전자기기를 너무 많이 챙기기도 했다. 에코백과 기내용 캐리어의 조합이 더 나은 게 아닐까라는 후회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점을 수정해야 다음에는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까?
1. 내가 가져간 물건 리스트(입은 옷 포함)
- 반바지 3장, 긴바지 1장, 반팔티 3장, 린넨셔츠 2장, 경량패딩 1개, 팬티 3장, 양말 3개
- 러닝화, 샌들(현지에서 구매한 호카오네오네 슬리퍼로 교체)
- 아이폰, 맥북에어, 리디페이퍼, 링크버즈s, 가민 포러너 255, usb 메모리, 보조배터리
100W 멀티포트 충전기(5포트), 65W 멀티포트 충전기(2포트), usb-c타입 케이블, 라이트닝 케이블- 전기면도기
- 여권, 지갑,
카드지갑, 기타 여행서류(항공권 e티켓 등) - 칫솔, 치약, 폼클렌징, 선크림, 물티슈, 선글라스, 타이레놀, 반창고, 마데카솔,
러닝 테이핑 밴드 - 에코백
이 중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있었다. 린넨셔츠는 2장을 가져갔지만 1장만 입었고, 100W 멀티포트 충전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카드지갑도 현지에서는 쓰지 않았고, 러닝 테이핑도 하지 않았다.
2. 잘한 점 : 의류
여름옷은 가볍기 때문에 무게나 부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더운 날씨 때문에 하루에 티셔츠를 두 장씩 입기도 했다. 반바지와 티셔츠를 3벌씩 들고 간 것은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세탁해서 입긴 했다지만 두벌만 가져갔다면 불편함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다만, 세탁하면 금방 마르는 린넨셔츠를 굳이 2장 들고 갈 필요는 없었다.
러닝화와 샌들도 만족했다. 현지에서 러닝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러닝화는 꼭 필요했고, 실내는 물론 가볍게 외출할 때 신었던 슬리퍼도 매우 좋았다. 잘 신지 않는 샌들을 가져갔다가 현지에서 마음에 드는 호카오네오네 슬리퍼를 구매하여 교체해 왔다.
유니클로의 경량패딩은 구매 이후 최고의 기능을 발휘했다. 겨울인 한국과 싱가포르의 기온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투가 필요했는데, 돌돌 말아서 안쪽에 달린 포켓을 통해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가방에 매달아서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에코백을 별도로 챙겨간 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현지에서는 에코백에 여권과 지갑, 리디페이퍼, 아이폰, 보조배터리와 케이블만을 들고 다녔다.
3. 부족한 점 : 전자기기
반면에 전자기기 부분에서 실수한 점이 많았다.
100W 충전기는 오래전 구매한 제품인데 혹시나 싶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무게도 있는 편이라 들고 간 게 가장 후회되는 물건이었다. 65W 2포트 충전기만으로 충분히 충전할 수 있었다. 조만간 당근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맥북에어의 무게도 상당히 부담됐다. 스펙상 1.29kg인 맥북에어는 이제는 가벼운 노트북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축에 든다. 게다가 생각보다 여행 중에 사용하는 횟수도 적었다. 정보 검색은 스마트폰이 전담했고, 간단한 메모도 스마트폰으로 가능했다. 솔직히 말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면 랩탑이 아예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아이폰만으로는 조금 불안하다)
보조배터리도 꽤 무거운 구형 제품이어서 부담이 컸다. 집에 조금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이 있었음에도 무선충전 기능이 지원된다는 이유로 무거운 제품을 가져갔는데, 정작 무선충전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가볍고 슬림한 제품을 가져갔어야 했다.
아이폰이 라이트닝을 사용한다는 점도 꽤나 불편했다. 가져간 전자기기 중에 아이폰만 라이트닝이어서 라이트닝 케이블을 별도로 챙겨야 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 자체가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만약에 이 상황에 가민이 아닌 애플워치를 썼다면 더 스트레스풀 했을 것 같다. 애플워치 충전케이블까지 별도로 챙겨야 하고, 매일매일 충전해줘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한번 충전하면 1주일은 거뜬히 사용하는 가민이 참 좋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전자제품의 무게와 호환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맥북에어는 지나치게 무거웠고, 아이폰은 라이트닝의 불편함과 os 폐쇄성으로 인한 답답함을 여러 번 느꼈다. 당장은 교체하지 않겠지만, 교체주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진영으로 넘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 이번 여행에서 무용함이 확인된 100W 구형 멀티포트 충전기와 무선충전 보조배터리는 곧 처분할 예정이다.
여행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여행가방을 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