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여성혐오" -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친절한 용어

누쿠장 2022. 5. 24. 21:20

"여성혐오" -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친절한 용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내가 자주 눈팅하는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변 오프라인 친구들 모두, 그 사건이 왜 여성에 대한 '혐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신병자의 묻지마 살인사건을 왜 여성에 대한 혐오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의 남녀 갈등은 커져갔지만, 나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고 '여성혐오'라는 단어에 대한 내 이해의 수준은 2016년도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저 레디컬한 페미니스트들이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혐오'가 아닌 일에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n번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아야하는 다큐

 



그러던 중 여자친구와 "사이버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큐의 메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잠시 '강남역 살인사건'이 스쳐지나갔고, 나는 무심결에 여자친구에게 "근데 왜 저게 여성혐오야?"라는 질문을 했다.
"거기서 혐오는 사전에 나오는 그런 의미는 아니야. 사전적 내용보다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일걸?"
나는 곧 바로 "여성혐오 나무위키"라고 검색했다.

"여성혐오"는 단어 그 자체의 뜻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모든 사회적 차별을 포괄하는 용어였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사건인 이유는 신체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여성을 싫어하고 증오해서 "여성혐오"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 폭력, 편견 등이 여성혐오였던 것이다.

"여성혐오"가 처음 사용된 책이라고 한다.


그 다음 드는 의문, 왜 굳이 이런 단어를 쓰는거야?
직관적으로 "혐오"라고하면 싫어하는 감정을 떠오른다.
그러다보니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무위키와 여러 구글링을 통한 자료를 확인해보니, 여성계 내부에서도 이 용어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미소지니(Misogyny)"라는 모든 여성에 대한 차별(악의없는 편견 등을 모두 포괄)을 의미하는 단어를 어원 그대로 "여성혐오"라고 번역하는 것이 올바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나 역시 이 단어의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여성혐오"라는 단어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가.
"강남역 살인사건은 신체적 약자인 여성을 노린 범죄였으며, 우리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은 아직도 동등한 수준의 '안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라는 의견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혐오"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실제 의견 차이"보다 훨씬 큰 갈등이 발생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약 6년만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왜 여성혐오 범죄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직관적이지 못한 용어의 사용이 너무나 큰 갈등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하여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