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인터넷이 끊기고, 딱 일주일이 지났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며 떠올리는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편리해서 문제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작은 벽걸이 tv가 옵션으로 달려있고, 올해 초 구입한 애플tv를 연결해서 사용 중이다. 집 인터넷이 끊기고 당연히 tv사용을 포기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애플tv에 아이폰 핫스팟을 연결했다. 아이패드가 아이폰의 핫스팟을 기가 막히게 잡는 것처럼 애플tv도 아이폰의 핫스팟을 아주 잘 잡았다.
퇴근하고 핫스팟을 연결해 두면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끊을 일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집에 인터넷을 사용할 때와 다른 점이 없다. 속도도 넷플릭스 영상을 1080p로 시청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2023.04.05 - [소비] - 애플TV 4K 3세대(2022) - 저가 중소기업 구글TV 보다는 훨씬 좋아
문제가 있다면 연휴가 길어지고, 최근 넷플릭스 삼국지 시리즈에 빠져있다보니 데이터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1주일 사이에 데이터를 거의 50기가 소진했다. 무제한 요금제지만 핫스팟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100기가가 한계다. 이 추세면 다음달에는 2주만에 데이터가 완전히 소진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적극적으로 아이폰을 와이파이로 설정한다. 셀룰러로 사진이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백업하지 않도록 설정해 뒀기 때문에 빠른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카페나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백업한다.
이렇게 생활이 편리하다보니 조금은 기대했던 디지털 디톡스 효과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오히려 독서량을 줄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 "이렇게 연결이 잘되네?!", "인터넷 없이도 이렇게 잘 살 수 있네!?"라는 기분에 취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영상을 보고, 독서 시간은 줄어들었다.
조급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인터넷 없는 방에 익숙해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니까. 디지털 디톡스는 그다음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