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2023. 9. 24.(일)
인터넷이 끊겼다.
2023. 9. 23. 24시부로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관리사무소의 안내 문자를 받고도, 근거 없이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다.
관리사무소가 추천하는 인터넷 업체와는 계약하기가 싫었다. 분명 관리단과 업체 사이의 리베이트 구조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병과 3년 약정을 강요하는 대리점의 행태가 싫어서 가입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피스텔 임대계약이 내년 3월 종료된다ㅠㅠ)
그렇다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년 단위 계약이 가능한 통신사의 청년 인터넷 wifi 서비스를 알아보긴 했는데, 우리 건물은 설치가 불가하단 답이 돌아왔다.
그리하여 나는 wifi가 없는 공간에 살게 되었다. 2000년에 adsl을 설치한 후, 인터넷이 없는 주거공간에 살게 된 것은 23년 만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핸드폰 요금제를 무제한으로 바꿔두었다. 알뜰폰의 무제한 요금(100기가+5Mbps 속도제한무제한)은 4만원에 불과하다! 아이폰의 핫스팟을 통해 아이패드도 쓰고 노트북도 사용하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노임팩트맨>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2010년도에 나온 책인데, 뉴욕에서 사는 작가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1년간 살아남기란 주제로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야기이다. 환경까지 생각한 결정은 아니지만, 나에게 유무선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가 어쩐지 기술문명을 거부한다는 면(?)에서 조금은 노임팩트맨의 도전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오늘은 하필 대용량 사진 백업을 해야 해서, 집 앞 스타벅스에 가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와이파이를 사용했다는 점은 함정 아닌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