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감기는 인강을 볼 때나 사용했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사용해 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넷플릭스에 배속기능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빨리감기로 보는 사람이 많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혹시 저자가 일본이라 일본만의 이야기인가 싶어서 주변에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지인들에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빨리 감기로 보냐고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이 돌아와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저자는 요즘 20대들이 영화를 빨리감기로 보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제시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와닿은 이유는 OTT서비스로 인한 선택권의 증가이다.
사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이미 경험해 보았다. 바로 음원 시장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하나 다운받아서 폴더에 넣고 관리해야 하던 시절에는 음원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했다. 플레이리스트는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수단이었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좋은 곡을 안다는 사실은 약간의 우월감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스트리밍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음악은 소비재에 가까워졌다. 음원차트에 있는 곡을 후렴까지만 빠르게 들어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곡을 듣는다. 음원을 수집하지 않으니 소장한다는 개념은 사라졌다. 아에 앱에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원하는 곡을 들려주니, 별도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도 않는다. 새로운 곡을 발견하려는 노력도 굳이 기울이지 않게 된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시간과 기분에 맞춰 배경음악의 용도로 틀어놓는 경우도 많다. 음악이 더 이상 작품이 아니라 쉽게 소비되는 콘텐츠로 변화했다.
영화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는 수 많은 영화들이 업로드되어있으니, 대충 훑어보다가 스토리에 몰입되지 않으면 종료하면 그만이다. 애초에 어렵게 구한 영화도 아니니 한 장면 한 장면을 집중해서 감상할 필요도 없다. 영화 또한 문학작품이라기보다는 여가시간을 위한 콘텐츠로 변한 것이다.
영화를 성스럽고 소중하게 감상하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감상태도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물론 1배속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1.5배속으로 보는 것은 분명 기형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짧은 러닝타임과 더 많은 장면전환을 하는 영화가 시대의 대새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