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올리는 러닝 인증샷에 뭔가 다른게 보이기 시작했다.
GARMIN이라는 로고와 그 아래 멋져 보이는 데이터들, 나의 NRC와는 조금 격이 다른 느낌?
그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은 러닝에 좀 더 진심인 사람으로 보였다.
마침 이 때부터 나이키런클럽(NRC) 앱과 애플워치의 문제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1. 러닝 중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켰는데, 아이폰 램 부족으로 NRC가 꺼졌다.
2. 아이폰의 NRC와 애플워치의 NRC가 충돌해서 기록이 날아갔다.
3. NRC의 러닝 데이터는 공식적으로 EXPORT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4. 애플 피트니스의 러닝만을 이용하자니, 인증샷 기능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핑계는 충분했다. 결국 2022년 8월, 포러너 255를 구매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애플워치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스마트워치로서의 기능도 수행하며, 압도적인 러닝 데이터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민이 애플워치보다 좋은 점>
1. 거리, 타이머, 평균페이트, 순간페이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순간페이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내가 지금 너무 빨리 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페이스만 유지하면 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NRC에도 같은 기능이 있지만, NRC는 데이터 추출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간 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 배터리! 배터리는 정말 압도적인 차이다.
포러너255는 내 기준 2주에 한번 충전해도 될 만큼 배터리가 오래간다. 실제로는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충전해주고 있지만, 항상 50% 이상 남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워치를 쓰면서 1일 1충전이 스트레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만약 다시 애플워치로 돌아간다면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다.
3. 높은 수준의 수면관리 기능!
애플워치의 경우 서드파티 앱으로 수면관리가 가능하지만 배터리 등 여러가지 문제로 실제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가민워치는 매일 아침 나에게 수면리포트를 전달해 준다. 내 수면품질이 어땠는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건강관리에 한층 신경 쓰게 된다.
4. 러닝 사후 데이터관리도 수준급이다.
특히 나는 가민앱이 제공해주는 데이터 중 내 보폭데이터를 통해 내 러닝의 큰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나는 너무 잔잔바리였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폭이 작고, 그렇다 보니 발을 많이 굴러야 했다. 그런 식으로는 하프 이상의 장거리는 어렵다고 해서 열심히 교정 중이다.
5. 기본적인 스마트폰 알람기능은 훌륭히 소화해 준다.
전화, 문자, 카톡, 그리고 선택한 앱의 알림 등이 무리 없이 전달된다. 진동은 어쩔 수 없이 애플워치보다 짜치지만 약하진 않아서 인지하는데 무리는 없다. 사실 스마트워치는 아직까지 운동 아니면 알람용이라고 생각해서, 이 정도 기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애플워치가 그리워지는 이유>
1. 충격적이지만 터치가 안된다.
화면을 터치하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눌러서 조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이다. 2010년 한국에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로 터치가 안 되는 휴대용 디바이스를 상당히 오랜만에 소유하게 됐다. 아마 운동하는 동안 오작동을 방지 위함이라고 이해해 본다. 다만, 지금은 완벽히 적응해서 터치 없이도 사용에 무리는 없다.
2. 줄질이 어렵다.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줄질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다들 운동용으로 착용해서 그렇지 않을까.
3. 러닝과 스마트폰 알림 확인 외에는 무쓸모다.
애플워치를 사용할 때는 워치만으로 음악 볼륨 조정도 하고, 가끔 폰 꺼내기 어려운 상태에서 카톡도 확인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음성녹음을 사용하는 등 나름 스마트한 생활을 했었다. 가민의 경우 안 되는 것도 많고, 된다 해도 그냥 폰을 꺼내서 쓰는 게 편할 정도로 인터페이스가 짜친다.
4. 예쁜데 안 예쁘다.
운동용 스마트워치라고 생각하면 예쁜데, 솔직히 계속 차고 다니면 그렇게 예쁜 패션아이템은 아니다. 다만, 요즘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있어서 가민을 착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차별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는 있다.
<결론>
결과적으로 후회는 없는데, 솔직히 가끔 그리워서 쿠팡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아이폰14 프로와 애플워치의 사악한 가격을 보고 앱을 닫곤 한다. 지금은 겨울이어서 잠시 쉬고 있는 포러너 255, 빨리 날이 풀려서 함께 다시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