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나로서는 주말 세끼가 늘 고민이다. 아침은 간단히 빵이나 시리얼을 먹으면 되는데 점심부터는 밥을 해먹을지 시켜 먹을지 고민이 시작된다. 해 먹자고 마음먹었다가도 식재료가 없어서 주춤할 때가 많다. 오늘은 파스타를 해 먹으려고 물을 올렸다가, 마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리를 포기했다.
다시 누워서 결국은 배달 앱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전기밥솥이 있으니 찌개 같은 메인요리 하나만 시키면 되는데, 배달비까지 합치면 15,000원은 기본으로 넘는다. “어쩔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찌개 하나를 주문을 할까 하는데 방금 읽은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나온 '아티스트 데이트'가 생각났다. 간단하게 말하면 창조성을 회복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쯤 2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자신과 데이트를 하라는 그런 제안이었다.
지도앱을 켜서 주변 식당을 검색해봤다. 남들은 시간 내서 오는 을지로에 살고 있으니, 혼자 데이트하기엔 딱이다. 너무 핫플은 부담스러운데... 마침 가까운 곳에 새로 생긴 베트남 음식점이 있었다. 태국 음식점은 많이 가봤지만 베트남 음식점은 가본 적이 없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 오후 2시라 웨이팅 걱정도 없을 것 같고, 바로 후드티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나는 주말에도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예를들면 러닝을 한다든지 카페에 간다든지,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지만 정작 그 후에 돌아와서는 저녁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는, 그런 우울한 주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루 중에 가장 따뜻한 오후 2시에 밖에 나오니 계절의 변화가 체감되었다. 햇살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날씨였다. 걸으면서 동네 식당들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았다. 어떻게 조리되는지 알 수도 없는 배달음식보다는 이렇게 나와서 먹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외관부터 베트남 현지 느낌이 물씬 나서, 지나가는 사람들 중 가게에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점원도 베트남분이셔서 한국어가 조금 서투셨다. 메뉴를 잘못시켜서 그런건지 음식 자체는 그저 그랬지만 여행온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여행 온 것 같다"는 표현은 내 기준 극찬이다.
이사온 집 부엌이 좁아져서 요즘 부쩍 배달앱 사용 빈도수가 높아졌다. 당연히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정리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러니 오늘을 계기로 배달보다는 나와의 밥데틀 더 많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