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들고 출근하지 않는 이유와 주 69시간 근무제
가능하면 가방을 들고 출근하지 않는다.
아이폰, 무선이어폰, 카드지갑(사원증 포함)만 챙기면 문제없다. 어차피 휴대폰은 항상 손에 들고 있고, 카드지갑과 무선이어폰은 바지 주머니에도 충분히 들어간다.
맨몸으로 출근하면 출근길도 가뿐하다. 러시아워 만원 지하철에서 가방을 사수하고자 끙끙거리지 않아도 된다. 아침부터 영상이나 글을 보면 피곤한 느낌이 들어서 출근길에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듣고 눈을 쉬게 해 준다. 저녁 퇴근길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전자책을 마음껏 본다.
가끔 점심시간에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거나 블로그 글을 쓰고싶어서 아이패드를 들고 다닌 적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파우치 하나 들고 다니는 것도 맨몸과는 차이가 있어서 이내 포기했다. 아이폰을 이용해서 블로그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잘 쓰지 않는 k380키보드와 아이폰 거치대를 회사에 가져다 두었다.
왜 이렇게까지 맨몸으로 출퇴근하고 있는걸까?
처음에는 조용히 퇴근하고 싶어서 그랬다. 가방을 챙기고 외투를 챙기고 집에 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책상은 너무 깨끗하지 않게, 살짝 흩트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집에 간 건지 아닌지 알리지 않고 사라질 수 있다.
이런 내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내게 물어보곤 했다.
“왜 가방을 안 가지고 다녀요?”
나는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몸도 가볍고, 결정적으로 퇴근할 때 조용히 사라지려고요.”
그러자 후배들부터 내 모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던 것이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가 화두인 이 시점에, 대통령이 이 포스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