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을의 철학 / 송수진 저 / 한빛비즈 출판_ 철학에서 찾는 위로
누쿠장
2020. 4. 19. 18:37
[출처: 리디북스 독서노트]
책이름: 을의 철학
저자: 송수진
출판사: 한빛비즈
독서기간: 2020. 3. 24. ~ 4. 18.
꽤 오랜 시간동안 독서를 중단했다.
리디페이퍼를 구매하고 꽤 순조롭게 독서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어느 순간 막혔다. 그 기점은 이번 책인 ‘을의 철학’과 아직도 다 읽지 못한 ‘페스트’부터다.
이전에 읽었던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책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면 나는 바로 그 책을 덮는다. 재미가 없는데 계속 읽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딱히 이 책이나 페스트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독서 리듬이 끊어지고, 1달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
차라리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습관 유지에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 책은 저자가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동년배 누나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페스트'는 포기할 것 같다)
나는 아직 저자만큼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그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지만(그래서 독서 몰입감이 낮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로서 그 고통과 고민들을 가늠해 볼 수는 있었다.
# 기억에 남기고 싶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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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와 자본가는 그들의 소득에 산업의 이익을 추가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소득에 지대도 자본의 이자도 추가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은 격심히다. -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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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말한다.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호명된 주체로 만든 채 무의식까지 지배한다고. 진짜가 뭔지 알려 하지 말고 니들끼리 싸우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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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계층의 사람들, 장애인들가 함께 일하는 인쇄 업체였다. 이곳은 인쇄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인쇄하는 기업이었다. 순간 얼마나 그 기업이 부러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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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되지 않을거면 ‘9 to 6’라도 지켜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야근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이직을 고민하자. 생계 때문이라면 소비를 줄여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시 자기만의 생산수단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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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노동자의 시간은 돈이다. 그가 잃어버리는 일 분 일 분은 자본가가 훔치는 도둑질과 같다 -폴 라파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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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자기 생산성은 증폭된다고. 관심 분야를 자신만의 생산수단으로 창조하려는 시도라도 하자.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관성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다. 사실 이것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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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이라는 철학자가 있다. 나치에 반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전체주의와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누구보다 맹렬히 비판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말한 행복의 정의는 “멀리 있는 것의 순간적 다가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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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내 인생의 주인은 ‘나’지만 "나만 이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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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벌레나 풀보다 소중한 존재는 아니라는 역설을 받아들이고, 삶을 사랑하는 한편 죽음도 받아들이고, 삶에서 마주하는 중대한 질문들에 대한 불확실한 상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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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패치아담스>에서 주인공 로빈 윌러음스는 말한다. 마음 아픈 환자에게 의사가 해야 할 제1의 원칙은 환자를 웃게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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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내 화폐를 지불했는데 전혀 아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우리는 그 타자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철학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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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있는 동안 나에게 시간은 짐이었다. 아직 오후 3시. 빈혈이 있어 5분만 편히 눕고 싶은데 아직도 3시. 잠깐! 소중한 시간인데 왜 어서 지나가길 바라지? 회사에 있는 동안 내 시간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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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시인이자 민중의 편에 섰던 철학자 솔론은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고 했다. 그 당시 이런 정의가 있었다면 전태일 열사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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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굿과 베드가 있다는 걸 알고 나면 타인에게도 굿과 베드가 있다는 게 보인다. 아이를 진짜 사랑한다면 아이들이 추구하는 굿과 베드 역시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질서, 권력, 자본의 힘으로 그것들을 억압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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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강자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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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타자와의 차이를 목숨처럼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동일성, 전체성으로부터 벗어나 타인과의 차이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것에 극렬히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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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 앞에서는 내 속의 단추를 다 잠근다. 그런 내가 또 어떤 이 앞에서는 고해성사를 한다. 혹시 지금 사람이 두렵고 그 수위를 넘어 인간을 혐오하기까지 한다면,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인생의 단추를 어긋나게 잠그게 하는 사람만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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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게 선포했다. 당분간 간단한 과일이나 감자로 점심을 대신하겠다고. 다들 나를 욕하라지. 원래 자유에는 적이 필수라고 했다. 그렇게 얻은 자유 시간. 처음으로 편안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자 잘려나갔던 귀가 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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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타인의 아픔을 밀실에서 봤을 때, 그러니까 작은 공간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면 말없이 모른 척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광장에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광장으로 모여야 한다. 우리와 광장 사이에 자본이 끼어들면 또 작아지겠지만 그래도 모여야 한다. 조화가 아니라 인간임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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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탐욕 하우하외(마음을 비웠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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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의 슬로건은 “비가 와도 괜찮다”이다.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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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러 인과계열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 만들어간다. 어떤 인과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