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의미있게 듣는 방법 - 윌라 한 달 사용기
지난 한 달간 윌라 오디오북을 무료체험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약간 고민이 되긴 일단 50% 할인된 가격에 구독을 연장했다. 최소한 월 4,950원의 구독료보다는 많은 가치를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이 매력적인 오디오북? - 인간 멀티태스킹의 한계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조용한 환경을 찾는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는 너무 많은 유혹이 있어서다. 느린 데다가 비싼 이북리더기가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디오북은 태생적인 단점이 있다.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우리는 너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윌라에서도 운동하면서, 운전하면서, 대중교통에서 독서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나 역시 지난 한 달 동안 운전할 때, 설거지할 때, 청소할 때, 대중교통 탈 때 등 다른 활동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었다.
다른 활동을 하며 오디오북을 들으면 어느 순간 책의 내용을 놓치게 된다. 되감기를 해서 그 챕터를 다시 듣는다. 또 비슷한 위치에서 책의 흐름을 놓친다. 바보 같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이런 행동을 정말 많이 반복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아주 신속하게 전환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략)… 역설적이게도 멀티태스킹은 우리를 명백히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 와이즈베리(2015)
운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운전한다. 의식적으로 사이드미러를 보거나 바퀴가 차선을 벗어났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디오북에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곧 의식이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600m 앞 우회전입니다."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와 함께 뒷 차와의 간격을 확인하고 우회전 깜빡이를 넣다. 차선을 바꾸고 횡단보도에 행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 순간 의식은 오디오북을 떠나 운전으로 이동한다. 그 사이 오디오북의 내용은 저만치 흘러가 있다.
한계를 극복하는 오디오북 독서법 : 재독
읽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는다. 잠시 흐름을 놓치더라도 내용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감명 깊게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잊고 있었던 구절은 기가 막히게 귀에 들린다. 다시 한번 그 구절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된다.
이런 용도로 오디오북을 활용하자 그 가치가 매우 커졌다. 읽었던 책을 다시 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다독에 대한 욕심을 이겨내기가 어려워 항상 새로운 책을 보게된다. 그렇지만 어차피 책을 볼 수 없는 시간에 오디오북으로 이전에 봤던 책을 다시 틀어놓으면 보너스를 얻는 것 같다. 시간을 더 값지게 쓰는 기분이다.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효과도 뛰어나다. 한번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듣게 되니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일상의 순간에서 책의 내용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클루지라는 책을 읽다가 포기했었다. 윌라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다시 듣다 보니 어느새 내가 포기했던 지점에 다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독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의외의 소득이었다.
오디오북 이런 방식으로 활용하면 독서를 보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
그래서 한동안은 오디오북 구독을 유지해 볼 생각이다. 적어도 비슷한 가격대의 쿠팡 로켓와우보다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오디오북 서비스를 구독해 놓고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나와 같이 활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