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독서 리뷰 - 역행자의 관점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살아남는 강한 가게는 실질적 의미에서 손님들에게 이득을 주는 가게야.
1. 기본 마인드 : 기버가 되기
얼마 전 읽은 역행자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돈을 버는 근본 원리>
- 상대를 편하게 해 주기
-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손님에게 이득을 주는 가게라는 우노 다카시의 설명과 궤를 같이한다. 이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결국은 기버(주는 사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게를 임대할 때는 부동산에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하고, 가게를 열고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손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작은 이득에 집착해서는 안되며, 손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동안 방문해온 가게들을 떠올려봤다. 대학 시절 집 근처 카페에 자주 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몇 번 발도장을 찍자 사장님과 조금씩 대화하게 됐고, 어떤 날은 서비스라며 빵을 내어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빵을 먹은 다음 날이면, 주머니가 가벼운 취준생이었지만 뭐라도 하나 더 시키려고 했다. 종종 친구들도 데려갔고, 그 친구도 그 카페의 단골이 됐다.
그 카페가 없어진 후에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어느 날 아침부터 두통이 있어서 매번 마시던 오늘의 커피가 아닌 과일음료를 주문했다.
파트너가 오늘은 왜 커피를 안 드시냐고 물어봤다. 약이 필요하냐고 묻더니, 진통제 2알을 꺼내주었다. 스타벅스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 그분이 어떤 일을 하실지 궁금하다. 분명 성공하셨을 것이다.
2. 정체성 변화와 몰입의 중요성
우노 다사키는 가게의 입지, 경기변동,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위협, 원가상승 등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호언한다.
“제로부터 시작한 가게일수록 필사적으로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전투력이 붙게 되어 있어. 그런 노력 끝에 손님들이 따라줄 테고…”,
“가게를 내는 장소도 마찬가지야. 처음부터 좋은 환경, 좋은 조건에서 가게를 냈다고 치자고. … 어떤 상황에서도 손님을 모을 수 있는 진짜 실력을 가진 주인은 될 수 없어. 역에서 머고 인적이 드문 장소라도 잘 되는 가게로 만들 수 있는 힘은 절대 기를 수 없는 거지.”
우노 다카시는 이런 마인드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니, 저런 정체성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청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2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 모임이나 강연에 참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건 모두 역행자로서 필요한 정체성의 변화와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한 강한 몰입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우노 다카시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정체성 변화와 나의 비즈니스에 대한 강한 몰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정체성 없이는 우노 다카시의 조언 또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3. 2023년에도 적용 가능할까
이 책은 2012년 일본에서 쓰인 책으로 벌써 출판된 지 10년 이상 지났다.
2012년이면 아이폰5가 나왔던 해이니, 현재의 아이폰14와는 몇 세대 차이인지 세기도 어렵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손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라는 점이다.
손님과 통성명하고 그의 취향을 알아봐 주고, 때로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라고 말한다. 의미는 알겠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다.
2023년, 그리고 일본이 아닌 한국사회에서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무인상점이 등장하고 있고, 점원이 말을 걸지 않는 가게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알려주는 방대한 사전정보를 학습하고 온 손님 입장에서 점원의 응대는 유용한 안내이기보다는 귀찮은 영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노 다카시가 강조하는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도, 손님을 배려하고 있다는 마음은 전달해야 한다.
어쭙잖은 영업 멘트는 지양하고, 손님이 서비스 수요를 재빨리 파악해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손님에 대한 '관심'이다.
무인상점이라고 또는 손님이 말을 걸지 않는 것을 편해한다고 손님에 대한 관심까지 져버려서는 안 된다.
그 속에서도 손님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제공하는 능력은 2023년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장사의 신을 읽은 후 나 역시 무언가에 눈을 뜬 기분이 든다. 앞으로 이런 서적을 몇 권 더 읽어보려고 한다. 퇴사를 하고 창업에 성공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