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 헬스트레이너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그렇듯, 학창 시절부터 여러 번 헬스장에 등록한 경험이 있다.
설치된 기구를 대충 사용하고, 러닝머신이나 30분 정도 뛰다가 집에 돌아오기를 1~2주 정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헬스장에 방문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사용기간이 종료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개인 PT를 받아볼까 생각한 적은 여러 번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장애물이 있었는데, 하나는 비싼 가격.
그리고 더 중요한 하나는 헬스트레이너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학창 시절에 공부도 안 하고, 대충 놀던 애들이 운동한다고 깨작거리다가 트레이너가 되어서 대충 돈벌이하는 직업'
이라는, 대충 핸드폰 가게 직원(일명 폰팔이)이나 중고차 딜러를 부정적이게 보는 것과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비싼 돈을 들여가며, 일종의 교육을 받는다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여자친구가 헬스장에 즐겨 다녔고 개인 PT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을 때도, 이 선입견이 발동했다.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운동이나 하지 굳이 왜 헬스장이람... 게다가 PT까지?"
라는 생각에 괜히 뾰로통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여자친구의 권유로 작년 말부터 헬스장에 등록하고 PT까지 등록하게 되었다.
첫 수업을 받고 솔직히 이걸 왜 이제 받기 시작했을까 후회했다.
누군가가 옆에 붙어서 운동을 하나하나 알려주니 운동이 꽤 재밌어졌다.
몸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불러오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운동을 가르쳐주시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너무 우락부락하지 않은 적당한 근육의 몸매도 마음에 들었고(남자분이다),
운동 중에 말이 많지 않으시다는 점도 좋았다.
그 후, 나는 자발적으로 PT를 연장 등록하였고,
지금 이 글도 헬스장에 다녀온 후에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레이너에 대한 내 부정적인 선입견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1. 고등학교 때 형성된 학력지상주의
공부를 못한 애들이 트레이너가 된 것이고, 그런 애들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리 없다는 편협한 생각이다. 10대 때 형성된 잘못된 관념이 30대가 된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 쫄보의 자기 정당화
헬스장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헬스장에서 주는 운동복을 입으니, 그 비루함이 배가되어 보인다.
그에 비해 일부 운동러들과 트레이너들의 몸매는 매우 멋지다.
솔직히 그들의 몸매가 부러우나,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그저 그 공간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3. 일부 사실인 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트레이너 직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을까.
종합해보면,
나는 일부 사실(3번)에 근거하여 헬스장에서 느끼는 주눅 드는 마음(2번)을 숨기고 정신승리(1번)하며 트레이닝을 받지 않기 위해 선입견을 이용했다.
이런 식의 선입견이 아마도 내 삶의 많은 부분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글을 써보려 한다(선입견 시리즈?).
선입견은 순간 나를 편안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 좁은 세계에 나를 가둬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고해성사를 하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지만,
이런 글을 통해서 나를 고이게 만드는 선입견을 제거해 나가고 싶다.